“오늘 저녁은 뭐 먹지?” 이 질문 앞에서 늘 고민이 되지만, 가끔은 한국 식탁에 조금 이국적인 향을 더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날 나는 **바쿠테(Bak Kut Teh)**를 떠올린다.
오늘은 바쿠테가 무엇인지 그리고 레시피에 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흔히 먹는 돼지갈비 약초탕인 바쿠테는, 단순한 고기국물이 아니다. 허브와 향신료가 깊이 우러난 국물, 부드럽게 익은 갈비, 마늘의 진한 향이 어우러져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오늘은 내가 실제로 바쿠테 저녁밥상을 차렸던 경험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향신료를 활용한 요리가 낯설어도, 천천히 따라오면 당신의 저녁도 분명히 특별해질 것이다.
1. 바쿠테란 무엇인가 – 향신료가 살아있는 돼지갈비탕
**‘Bak Kut Teh’**는 말레이어로 “육골차(肉骨茶)”, 즉 **뼈와 고기를 끓인 차(차처럼 마시는 국물)**라는 뜻이다.
실제로 국물은 굉장히 맑고 깊은 맛이 있으며, 후추, 마늘, 계피, 정향, 감초, 팔각(스타 아니스), 당귀 등의 한약재와 향신료가 어우러져 한방과 서양 향신료의 절묘한 퓨전을 이룬다.
종류도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말레이시아 스타일 – 진한 갈색 국물, 간장 베이스, 중국 약초가 많이 들어감. 향이 더 강하고 묵직함.
싱가포르 스타일 – 맑은 국물, 후추와 마늘 중심, 가볍고 시원한 느낌.
나는 개인적으로 싱가포르 스타일을 더 좋아해서, 오늘 저녁도 이 버전으로 준비했다.
재료 준비가 생소할 수 있지만, 사실 요리법 자체는 굉장히 간단하다.
2. 바쿠테 만들기 – 내가 실제로 준비한 저녁밥상
먼저 장보기부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구할 수 있는 재료 위주로 아래처럼 준비했다.
바쿠테 재료 (2~3인분 기준)
돼지갈비 600g (잡내 제거용 월계수잎, 소주 약간)
통마늘 10~15알
생강 슬라이스 4~5조각
후추알 1~2큰술 (취향에 따라)
팔각(스타 아니스) 2개
감초 2조각
계피스틱 1조각
간장 1큰술
소금 약간
향신료는 바쿠테 키트로도 쉽게 구입 가능 (인터넷 마켓, 아시안 식자재 코너)
바쿠테 만드는 순서
돼지갈비 데치기
찬물에 담갔다가 끓는 물에 한번 데쳐 불순물 제거
모든 재료 넣고 1시간 푹 끓이기
냄비에 물 1.5리터 + 데친 갈비 + 향신료 + 마늘 + 생강을 넣고 중불~약불 유지
간 조절 및 맛내기
간장과 소금으로 마무리 간을 조절 (짭조름하고 깔끔한 국물 느낌)
곁들이기: 흰쌀밥 + 요우차꽈이(유차꽈이/튀김빵)
바쿠테는 국물에 튀김빵을 찍어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신 한국에서는 바게트나 찹쌀도넛으로 대체해도 좋다.
나만의 팁:
마늘은 껍질째 통으로 넣으면 국물은 깊고, 마늘은 크리미하게 익는다.
국물을 넉넉히 만들어야 밥에 말아 먹거나 빵 찍어 먹을 때 부족하지 않다.
3. 향신료의 여운, 가족의 반응 – 식탁에 여행을 차리다
식탁에 바쿠테를 올렸을 때, 가족의 첫 반응은 “이거 뭐야? 약 냄새 나는데?”였다.
하지만 한 입 떠먹는 순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따뜻한 향과 깊은 감칠맛이 입안을 감싸면서 모두가 감탄했다.
“이거… 은근히 중독된다.”
“돼지갈비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어?”
“마늘이 크림처럼 녹아…”
특히 아이들도 국물에 밥을 비벼 잘 먹었고, 고기를 손으로 뜯으며 색다른 식사 시간을 즐겼다.
남편은 “우리집 식탁이 갑자기 해외여행 간 느낌”이라며 동남아 여행의 기억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날 식탁은 단순한 ‘저녁식사’ 그 이상이었다.
향신료 하나로 분위기가 달라졌고, 음식 하나로 대화가 풍성해졌으며, 한 끼가 가족 모두에게 ‘이야기’가 되었다.
마무리 – 바쿠테, 특별하지만 어렵지 않은 선택
바쿠테는 사실 매일 먹을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일상의 밥상에 특별함을 더하고 싶을 때, 또는 몸이 좀 지치고 따뜻한 기운이 필요한 날, 혹은 해외 여행이 그리운 날에 정말 훌륭한 선택이 된다.
재료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고,
조리법은 간단하지만 결과는 놀랍도록 깊고 이국적이며,
무엇보다 ‘밥상에 이야기’를 더할 수 있다.
오늘 저녁, 바쿠테 한 그릇으로 우리 식탁에 작은 여행을 차려보는 건 어떨까?